중식 소각, 야채를 제대로 다루는 신사의 정갈한 중식당

신사동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회사 동료랑 평일 저녁 자리를 잡을 때, 이자카야는 너무 술 위주 같고 파스타는 좀 흔하고, 그렇다고 정통 중식 원형 테이블에 요리 크게 시키는 자리는 둘셋이서 감당이 안 되잖아요.
이런 상황에는 은근히 중식이 답이더라구요. 다만 격식은 좀 있어야 하고, 그렇다고 가격이 무겁지 않아야 하는 자리. 처음에는 송쉐프나 천미미 같은 곳도 후보에 올렸는데, 두 곳 다 정통 격식 중식 스타일이라 오랜만에 만나는 사이에는 살짝 아재 느낌이 드는 것 같아서 다른 곳을 찾아봤어요.
그러다 신사역에서 버스 한 정거장 내려서 걸어가는 골목에서 노란 프라이팬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소각 (小阁 - Chinese Comfort Food)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60길 17 1층
신사역 3호선,신분당선 6번 출구 도보 5~10분 / 가로수길 도보권 / 발렛 파킹 지원 / 영업시간은 네이버 지도 참고
가게 사정에 따라 조금 변경될수도 있습니다.

신사역 6번 출구에서 내려서 가로수길 메인 스트리트를 따라 걸어 들어가는 코스가 저는 좋더라구요. 메인 가로수길은 요즘 신축 브랜드 매장이랑 팝업이 부쩍 많아졌는데, 세로수길 쪽으로 한 블록 꺾어 들어가면 톤이 확 달라져요. 오래된 저층 건물이랑 골목형 편집숍이 섞여 있고, 사람 흐름도 훨씬 잔잔합니다. 소각은 그 세로수길 라인에서 살짝 안쪽 골목, 딱 산책 끝나는 지점에 붙어 있어요. 걸어 들어가는 길 자체가 저녁 자리 예열 코스로 나쁘지 않은 톤입니다.
근처에 신사역 사거리, 가로수길 상권, 도산공원, 압구정 라인이 다 붙어 있어서 저녁 자리 코스에 붙이기 좋은 위치예요. 저는 대중교통으로 갔는데, 신사동은 저녁 시간에 자차보다 도보·버스가 오히려 빠른 지점이 있더라구요.

문 앞에 야외 테라스 자리도 조금 있어요. 접이식 감독의자 스타일에 화분이 놓여 있고, 잠깐 대기하는 자리로 보입니다. 초여름,초가을 저녁에는 여기 앉아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간판을 보면 “小 - 阁 Chinese Comfort Food” 이렇게 한자랑 영문이 같이 적혀 있어요. 작을 소(小)에 누각 각(阁), 중국어로 작은 다락이라는 뜻이더라구요. 이름부터 이미 정통 격식있는 중식보다는 편안한 톤을 잡고 싶었던 티가 났다고 봐야겠습니다.

입구부터 인상이 특이해요. 들어오고나서 찍었지만 밖에도 똑같습니다.
와인색 나무 도어에 아치형 유리창 두 개가 뚫려 있고, 옆 벽에는 스페인풍 청·황 타일이 붙어 있어요. 문 앞에서 잠깐 서서 바라보게 되는 장면. 중식당인데 남유럽 식당 입구 같아서, 안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문 열고 들어가면 노출콘크리트 천장에 우드톤 캐비닛으로 정리된 오픈 키친이 정면에 있고, 바닥은 모로칸 청화 타일이 깔려 있어요. 우측에는 음료 냉장고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중식당 하면 대체로 붉은 톤이나 옛날 한자 액자 같은 걸 떠올리는데, 여기는 그런게 하나도 없어요. 정갈하고 모던한 카페 톤에 가깝고, 그런데도 마감이 대충 감성만 잡은 정도가 아니라 하나씩 진지하게 채워 넣은 태가 보여요.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납니다. 조명은 라인 형태 펜던트가 몇 개 매달려 있는데, 저녁이 되면 이쪽 벽만 살짝 오렌지톤으로 뜨는 풍경이 나옵니다. 오히려 중식당인데 중식당같지 않은 모던한 느낌을 잘 살리는것 같습니다.

창 앞쪽 자리입니다. 라운드 우드 테이블에 오프화이트 등받이 의자 세팅이고, 이 자리는 앉기만 해도 사진 스팟이 됩니다. 데이트에 최적인 자리입니다. 창가 안쪽 라운드 테이블 위에는 진주셀이 촘촘히 붙은 큰 샹들리에가 하나 걸려 있어요. 조명 하나 봐도 이 가게 마감이 어느 정도 위치인지 감이 옵니다. 통창 밖으로 골목 오가는 사람이 보이고, 이 자리는 예약 경쟁이 있을 것 같더라구요.
저녁 6시 40분쯤 도착했을 때는 자리가 좀 있었고, 7시 넘어가면서 창가 자리부터 하나씩 차기 시작했어요. 옆 테이블에는 30~40대 그룹 여섯 일곱 명이 앉아 있었는데, 옷차림이나 대화 톤이 전문직-금융권 쪽 느낌이었고, 와인 병 몇 개를 자기들이 가지고 와서 열어놓고 마시더라구요. 콜키지 가능한 곳인지 궁금해졌는데, 확인해보니 가능하다고 합니다.
현재 기준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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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도 이하의 술(와인, 일반 사케 등)은 병당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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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도 이상의 고도주(위스키, 고량주 등)는 병당 25,000원 이라고 하는데, 바뀔 수 있으니, 예약 전에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뭔가 너무 고급지고 모던해서, 메뉴는 마라탕도 있지만 사실 그런 느낌이 들지가 않게 됩니다.

입구 옆에 세워둔 스탠드 메뉴판을 먼저 봤어요. 표지에 대표 요리 열 개 넘는 사진이 배열되어 있고, 골드 힌지가 붙은 나무 커버라 이거 하나만 봐도 가게가 이 부분에 얼마나 신경 썼는지 느껴져요. 메뉴판이 물성 있는 것, 이게 은근히 가게 첫인상 만드는 부분이더라구요. 사진도 너무 맛있어 보입니다.


중국 가정식을 표방하는 소각 메뉴판입니다,
사장님이 중국분이셨고 08년부터 한국 유학생활을 하셨다고 하네요, 채소를 싫어하는 딸을 위해 다양한 요리법으로 싫어하는 재료를 좋아하게 만들었다는 부분이 인상깊습니다.



메뉴는 마라탕,마라샹궈,가지튀김,파이황과,양고기,꿔바로우 등의 중식입니다. 마라탕 집이었나? 라는 생각을 늦게나마 하게 되었습니다. 못참죠. 저희는 가지튀김이랑 마라탕을 시켰어요.

테이블 옆에는 라탄 바구니가 하나씩 놓여 있어요. 가방이나 겉옷을 넣어두라는 용도인데,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디테일이 있으면 자리 잡는게 훨씬 편해집니다. 요즘 일본 이자카야에서 종종 보이는 방식인데, 한국 중식당에서 이걸 챙기는 곳은 많이 못 봤어요.

가지튀김이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한 조각 집어 입에 넣었을 때 첫 느낌이 기름지지 않다는 거예요. 튀김인데 튀김의 무거움이 없고, 그렇다고 너무 부드러워서 형체가 무너지는 것도 아니에요. 겉은 딱 씹히는 정도로 잡혀 있고, 안쪽 가지에서 향이 확 올라오는데 이게 가지 자체 퀄리티가 좋아야 나오는 향이더라구요.
씹으면서 두세 조각 더 집어보는 사이에 가지 특유의 부드러운 맛이 뒤늦게 올라오고, 마지막에 소스 뒷맛이 살짝 남는 정도. 튀김 요리 하나에 이 정도 밸런스가 잡히는 건 흔치 않아요.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이야기 나누다가 손이 자꾸 이쪽으로 가더라구요.

마라탕도 예상이랑 방향이 달랐어요. 흔히 프랜차이즈 마라탕집에서 나오는, 색이 진하게 붉고 첫입에 맵기가 확 치고 올라오는 그런 게 아니에요. 국물이 크림톤에 가깝게 하얗고, 마라 향은 마지막에 은근히 올라오는 정도입니다. 자극이 앞에 안 서고, 재료 맛이 먼저 들어와요.
새우,소고기,두부,죽순,숙주가 골고루 올라와 있고, 토핑이 과하게 얹혀 있는 것도 아니에요. 정갈하다는 표현이 이 가게에는 인테리어뿐 아니라 국물에도 그대로 붙는 게 재밌었습니다. 일반 마라탕 프랜차이즈랑은 마라탕이라는 이름만 같지 톤 자체가 다른 요리라고 느꼈어요.
이런 방향의 마라탕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곳이 하나 있어요. 예전에 이태원 라라관에서 마라샹궈를 먹었을 때도 비슷한 방향의 국물이었거든요. 라라관은 자극을 강하게 밀지 않고 재료를 앞에 세우는 톤이라, 마라 카테고리에서 이런 방향으로 방향을 잡은 곳들이 요즘 조금씩 나오고 있는 흐름이 보였어요. 소각은 거기서 한 발 더 나가서, 인테리어 톤까지 국물 방향이랑 맞춘 케이스에 가깝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동료랑 국물 한 스푼씩 뜨면서 이야기 나누기에 딱 좋은 자극도였어요. 대화 흐름을 국물이 방해하지 않는 톤. 이게 이 가게가 가진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주차는 가게 앞에 발렛 파킹 사인이 서 있어서 자차로 가시면 발렛으로 맡기시면 됩니다. 다만 신사역·가로수길 상권은 저녁 시간대에 도로 흐름이 답답한 편이라, 대중교통으로 오시는게 오히려 편할 때가 많아요. 신사역 6번 출구에서 걸어와도 되고, 가로수길 쪽에서 산책하듯 걸어와도 금방입니다.
예약은 네이버 예약이나 캐치테이블에서 가능하다고 검색상에 나오고, 창가 자리 잡으려면 저녁 시간대는 미리 잡아두시는게 안전할 것 같아요. 룸은 따로 없어도 예약해두면 단체 자리 붙여준다는 후기도 있었습니다.
추천드리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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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는 회사 동료·지인이랑 신사에서 저녁 자리 잡을 30~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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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사람 대접하는 자리인데 격식 있는 정통 중식은 살짝 무겁고, 모던하고 정갈한 스타일을 원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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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이 있으면서도 가격이 부담스러운 급까지는 아닌 중식당 찾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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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차보다 대중교통·도보로 신사·가로수길 접근하는 저녁 회식 자리 찾는 분
다음에는 마라샹궈랑 꿔바로우, 그리고 파이황과까지 시켜서 요리 위주로 다시 가볼 생각이에요. 저녁 7시쯤 창가 자리 예약해두고, 지장수 한 병 곁들여서 요리마다 한 잔씩 매칭해보면 이 가게 방향이 더 선명해질 것 같더라구요.
개인 평점은 5점 만점에 5점입니다. 신사·가로수길 저녁 자리 리스트에 확실히 들어갈 곳이에요. 애정하는 곳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다만 격식이 있는 자리라 사람 많이 모이는 왁자지껄한 회식에는 살짝 안 맞을 수 있어요. 오히려 그게 이 가게가 노리는 지점이고, 조용히 대화가 되는 자리로는 이런 방식이 정답이라고 봅니다. 참고하세요.
다음에는 외국인 친구도 데려와볼 생각입니다. 이 정도 모던한 마감이면 한국 중식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보여주기에 좋은 자리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