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햄Oliverham

서울 · 신사머물기

프론트서울, 가로수길 안쪽의 유러피안 카페바

프론트서울

신사에서 저녁 먹고 커피 한 잔 자리 옮길 곳 찾을 때, 성수나 한남으로 넘어가는 분들이 많죠.

저는 요즘 신사 안에서 그냥 이어서 앉는 편이에요. 저녁 먹은 자리에서 걸어서 5~10분 안에 자리 옮길 수 있고, 사진도 잘 나오고, 얘기 편하게 두어 시간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굳이 동선 늘릴 이유가 없거든요.

지난번에도 쿠라리에 등에서 이야기했지만. 저는 서울, 그리고 핫플의 넓고 큰 카페를 좋아합니다. 공간감이 주는 매력이 있고, 돈 냄새가 나는 곳.. 근교의 커다란 카페를 인스타나 유투브로 보면 너무 멋지지만, 막상 가보면 오는 사람들도 매력적이지 않고, 시끄럽습니다. 또 생각보다 디테일이 빠져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또 공간도 심심하고, 그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핫플은, 그 지가에서 주는 플렉스가 있어요. 이 비싼 땅에 이정도 규모로 압도적인 공간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 자체가 너무 매력적입니다.

신사동에서의 식사 후 가는 커피스팟으로 저는 요즘 프론트서울을 자주 이용합니다. 금방 없어질 줄 알았는데 공간이 주는 느낌 등이 좋아서인지 매시간 사람이 많아서 몇년째 아직도 잘 운영중인 곳입니다. 아는사람들만 가는 곳이에요. 외국 손님들도 많고, 주변 경쟁자들이 많아도 꿋꿋이 잘 영업하는, 안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탑티어 카페 중 하나입니다.

신사 가로수길 안쪽 골목에 있는 3층짜리 카페바인데, 저녁 먹고 티타임으로 이어가기 좋은 코스라 밥 먹은 뒤에 자연스럽게 넘어올 수 있습니다. 단골로 다니는 곳인데 아직 후기 안 올려서 이번에 정리해봤어요.

프론트서울 (FRONT SEOUL)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11길 29

신사역 8번 출구 도보 7분, 일목 10:0023:30 / 금과 토 10:00~02:00

가게 사정에 따라 조금 변경될수도 있습니다.

가로수길 메인 거리에서 세로수길 쪽으로 한 골목 안쪽 들어가면 나오는 자리에요. 요즘 가로수길이 많이 죽었다는 얘기 자주 들리는데, 한 골목 안쪽으로 들어와 보면 사실 사람이 꽤 많더라구요. 저녁 시간대에도 한국인 손님이랑 외국인 관광객이 골목마다 앉아서 커피 마시고 있어서, 메인 거리만 보고 판단할 동네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근처에 도산공원, 압구정역, 도산, 가로수길 공영주차장이 다 도보권이라, 저녁먹고 산책하는 느낌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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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게 처음 알게 된 건 골목 걷다가 외관에 끌려서였어요. 유럽 어느 소도시에서 옮겨온것같은 파사드가 갑자기 나와서, 저는 처음엔 박물관인 줄 알고 잠깐 멈춰섰습니다. 흰색 스투코 벽에 몰딩이 촘촘히 들어가 있고, 1층에 큰 아치창 4개가 문 겸용으로 뚫려 있어요. 2층엔 반원 상단 아치창이 위쪽에 또 걸려 있어서, 정면에서 보면 창문 라인만으로 파사드가 완성됩니다.

파사드 창가엔 벤치처럼 걸터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어서, 여기 앉아 커피 마시는 외국인 손님들이 항상 보여요. 저녁에 가면 창 안쪽 조명이 켜져서 골목 자체가 달라 보입니다. 이 가게 운영하는 곳이 웹툰 외모지상주의로 유명한 박태준 대표님의 박태준만화회사입니다. 외지주의 박태준님의 사무실과 카페, 그래서 계속 운영되었나 싶기도 하구요. 어쨌든 이런 공간을 응원하는 저로서는 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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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들어가보면, CHECK IN이라고 쓰인 원형 사인이 걸려 있는 우드 데스크가 나와요. 호텔 프론트 데스크 컨셉으로 만들어놨는데, 이게 프론트서울이라는 이름이랑 이어져 있어요. 이런 오브제를 대충 걸어둔 게 아니라, 매장 이름과 컨셉, 자기 정체성을 손님한테 힌트로 던져주는 장치라는 게 딱 느껴집니다. 아치형 우드 상판에 붉은 책 몇 권 놓여있어서, 여기만 떼놓고 보면 유럽 부티크 호텔 로비의 한 컷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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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가면 1층 층고가 먼저 눈에 들어와요. 천장이 높고 홀이 옆으로 넓게 트여 있어서, 사람이 좀 많아도 답답한 느낌이 없어요. 저녁에 밥 먹고 온 상태에서 자리 하나 잡고 두어 시간 얘기하기에는 이 층고가 크게 작용합니다. 옆 테이블 대화가 신경 안 쓰이는 거리감이 나와서요.

바닥은 부채꼴로 벽돌을 깔아놨어요. 반원 패턴이 계속 이어져서 걸어 다닐 때 발밑이 살짝 재밌어집니다. 계단은 오른쪽 콘크리트 프레임으로 올라가고, 카운터는 안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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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홀은 라탄 시트에 원목 프렌치 체어를 쭉 배치해놨어요. 벽돌 벽엔 흰 갓 벽등이 균등하게 걸려 있어서, 저녁이 되면 조명이 웜톤으로 내려앉습니다. 손님 구성도 다양한 편이에요. 저녁 시간대에 커플 손님도 있고, 노트북 하나 놓고 조용히 앉아있는 손님도 있고, 외국인 관광객 두세명이 라탄 체어에 걸터앉아 카메라 정리하는 모습도 봤어요. 뒤로 대형 에스프레소 머신 돌아가는 소리가 홀 안쪽에 잔잔하게 깔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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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서울의 메뉴판입니다. 저희는 이날 저녁 먹고 온 자리라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시켰어요. 친구는 라떼로. 저녁에 뭐 잔뜩 먹고 나서 커피 한 잔 원했던 상황이라 시그니처 프론트크림라떼는 다음 방문 때로 미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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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에서 주문하고 진동벨 받아서 자리로 가는 구조에요. 카운터 상판이 우드톤과 콘크리트 톤으로 조합돼 있고, 뒤로 대형 에스프레소 머신이 놓여 있어요. 메뉴판은 카운터 위 세로 스크린으로 띄워놓는 방식이라 요즘 감도에 맞춰 정리된 인상이었습니다.한마디로 말하면 깔끔한 스타일입니다. 벽에는 망고 디저트들이 제 침샘을 자극했지만 참았습니다.

예전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면 여기는 그냥 자리들만 있던 곳이었는데, 리뉴얼을 하면서 구성이 바뀌었습니다. 공간감을 주는 느낌이기에 더 좋아진거 같습니다.

TMI지만, 직원분들 애티튜드가 좋았어요. 과하게 친절한 톤도 아니고, 무심한 톤도 아니고, 검정 티셔츠에 자기 스타일 얹은 절제된 애티튜드였습니다. 저는 이런 잘 교육된 방식이 좋아요. 이 카페 감도에 맞는 응대입니다. 공간에 자연스럽게 어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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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 옆 디저트 쇼케이스도 크게 있어요. 시그니처인 바나나 푸딩 케이크, 바스크 치즈케이크, 크로플이 여기 놓여있고, 여름 시즌엔 생 망고 눈꽃 빙수도 시즌 메뉴로 들어와요. 낮에 오면 커피 + 디저트 조합이 더 자연스러운 자리인데, 저희는 저녁 방문이라 이번엔 지나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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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서울의 진짜 무기는 위층입니다. 2층에 올라가서 계단을 한번 더 올라가면 바 가 있습니다 이 구간이 다른 블로그에서 잘 안 나오는데, 여기 자리 잡고 창밖 보면서 얘기하는 순간이 저는 이 가게에서 제일 좋았어요. 원형 테이블 하나 정도 놓여있고, 창밖으로 신사 골목이 그대로 프레임 안에 담깁니다.

여기가 진짜 별 얘기 없이 두어 시간 앉아있을 수 있는 자리에요. 저녁 골목의 조명이 창 밖으로 흘러들어와서 카페 안이 따뜻해지고, 옆에 대형 관엽 화분이 벽 쪽으로 늘어져 있어서 분위기가 딱 잡힙니다. 어딘가 도쿄 다이칸야마 골목 소규모 카페에 잘못 들어온것같은 느낌이 들어요.

한국의 카페와 도쿄의 카페를 비교해보면, 한국의 카페는 대체로 공간을 넓게 넓게 쓰는 편인거 같고, 도쿄는 좀 좁다는 느낌을 받게되는것 같은 주된 이유가 층고인데, 이 공간은 특히 층고가 높아 제 최애 장소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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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중간층에는 외관에서 봤던 큰 아치창 4개가 안에서 그대로 보이는 존이 있어요. 캐러멜 태닝 가죽 1인 소파랑 원형 사이드 테이블이 아치창 앞에 놓여 있고, 그 옆으로 대형 바나나잎 화분이 서 있어요. 아치창 앞에서 조용히 통화하는 손님도 있고, 커피 한 잔 놓고 창밖만 보는 손님도 있고. 층고랑 창 크기가 같이 살아 있는 존이라 앉으면 시간이 늘어지더라구요.

여기 앉아 있으면서 든 생각이, 한국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파사드인데 그래도 신사동 골목의 소음이랑 조명은 창 너머로 그대로 들어와서 오히려 서울다워지는 순간이 있어요. 저는 그런 순간이 이 카페의 진짜 매력이라고 봐요.

서울컬렉터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장소가 아닐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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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 자리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모금 마셨어요. 컵에 FRONT SEOUL 로고가 세로로 박혀 있어서 그것만 놓고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오는데, 아직 사진 실력이 부족한것 같네요. 창밖으로 보이는 골목 건물들이 창틀 안에 그대로 들어와서, 저는 몇 초 정도 여기가 서울인 걸 잊게 되는 순간이 있었어요.

아메리카노는 산미보다 밸런스 잡힌 인상이에요. 여름 저녁 마시기 부담 없는 톤이었고, 원두는 다음에 뜨거운 쪽으로도 한번 뽑아 마시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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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윗층이 이 가게의 두 번째 무기에요. 넓은 가죽 소파가 벽을 따라 이어져 있고, 그 앞에 바르셀로나 체어가 낮게 놓여있어요. 벽등이 균등하게 걸려 있어서 저녁에 앉으면 조명이 웜 화이트로 넘어갑니다.

이 층이 커피도 되고 하이볼도 되는 층이에요. 저녁 시간대에 노트북 켜고 작업하는 사람도 있고, 조용히 얘기하는 커플도 있고, 늦게 술 한 잔 하러 올라오는 손님도 있어요. 한 층이 두 용도로 자연스럽게 굴러가는 느낌인데, 분위기가 칵테일 마실 수 있는 바의 느낌이 훨씬 강하긴 합니다. 감도가 매우 높죠. 옛날 신사 카페들은 낮 커피 손님 전용이거나 밤 바 손님 전용으로 나뉘는 게 보통이라 계속 이동을 하게 되는데, 여긴 낮 -> 저녁 -> 밤이 한 공간에서 자연 전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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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서울의 매력은 다양한 좌석구성이 있다는겁니다. 같은 층 다른 쪽엔 하이 카운터 존이 있어요. 원형 스툴이 놓여있고, 뒤로 원형 포트홀 아치창이 뚫려있어요. 칵테일 마시기 좋은 바 형태의 구성을 갖췄습니다.

낮엔 카페, 저녁엔 바로 성격이 넘어가는 자리라 저녁 먹고 온 사람 입장에선 편해요. 커피 → 얘기 → 마무리로 술 한잔까지 한 자리에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프론트서울이 저한테 재밌는 건, 이렇게 층별로 분위기가 다 다른데도 관리가 오랫동안 잘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처음 온 지 꽤 됐는데, 갈 때마다 벽 톤, 조명, 자리 배치가 그대로 살아있어요.오래된 느낌도 안듭니다. 신사 골목에 이런 감도로 유지되는 카페가 흔치 않아서, 저는 이 가게가 그래서 계속 오게 되는것 같아요. 얼마전에 후기 올렸던 쿠라리에도 감도 좋은 대형 카페였는데, 프론트서울은 방향이 조금 달라요. 쿠라리에가 브랜드 크로스오버 톤이라면, 여긴 층별로 시간대가 이동하는 톤이에요.

추천 자리 몇 곳 정리하면, 저녁 티타임이면 중간 층 창가 자리(창밖 골목 보이는 테이블), 소파에 편하게 앉고 싶으면 맨 윗층 가죽 소파 존, 사진 목적이면 1층 아치창 안쪽(외관 안에서 밖으로 찍는 컷) 이렇게 나뉩니다.

주차는 안 됩니다. 골목 안쪽이라서 근처 유료 주차장(신구초등학교 지하주차장, 가로수길 공영주차장) 대고 걸어오는게 편해요. 대중교통이면 신사역 8번 출구 나와서 가로수길 안쪽으로 걸어들어오는 것이 편합니다.. 저도 이날 대중교통으로 왔어요.

저녁 시간대에는 중간 층과 맨 윗층이 먼저 채워지구요. 저희가 갔을 때가 7시 반쯤이었는데, 1층은 여유 있었고 위층은 거의 다 차 있었어요. 자리가 많이 있고 종류도 많이 있으니 사실 언제 오든 원하는 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굳이 창가가 아니더라도 좋은 자리들은 많더라구요. 모든 자리에 신경을 다 쓴 느낌입니다.

추천드리는 분:

  • 신사에서 저녁 먹고 이어서 티타임 자리 찾는 30대. 밥 먹고 걸어와서 커피 한 잔 두어 시간 하기 딱 좋아요

  • 데이트와 소개팅 자리 필요한 분. 자리 간격이 여유롭고, 층 옮기면서 얘기 톤 바꿀 수 있어서 어색함이 잘 안 나옵니다

  • 외국인 친구, 손님 서울 안내하는 분. 파사드 자체가 랜드마크라 사진도 좋고, 저녁에 오면 골목 분위기까지 같이 남아요

  • 신사에서 조용한 미팅 잡는 30~40대. 중간 층 창가 자리가 이야기 집중되기 좋습니다

다음에는 외국인 친구들도 데려와볼 생각입니다. 파사드부터가 서울에서 본 것 중 특히 낯선 파사드라 대화 소재가 자연스럽게 열려요. “이거 박태준이라는 한국 유명 웹툰 작가 회사가 운영하는 카페인데” 이런 백그라운드부터 시작해서, 층별로 이동하면서 층별 컨셉 얘기까지 흐름이 나옵니다.

다음 방문 땐 낮에 한번 와보려고 해요. 시그니처 프론트크림라떼, 바나나 푸딩 케이크, 그리고 여름 시즌 생 망고 눈꽃 빙수까지 아직 안 먹었어요. 오후 자연광에서 중간 층 창가 자리 잡고 세 개 시켜보고 싶습니다. 저녁 시간대에는 맨 윗층 하이 카운터에서 하이볼 한 잔도 다음번에 시도해볼 계획이에요.

개인 평점은 5점 만점에 5점입니다. 신사 갈 때 자주 오는 곳이라 저는 이미 재방문 목록에 넣어놨어요. 애정하는 곳입니다.

카페바데이트가로수길티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