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콜라, 2년을 지켜본 혜화의 크래프트 콜라집

주말 대학로에서 데이트나 소개팅, 친구를 만난다면, 보통은 연극을 보거나, 음식, 간단히 술을 먹기 위해 가게됩니다.

보통은 차를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통대)에 대고, D를 지나 C~A에서 시간을 보내는게 대부분일 겁니다.
즉, 마로니에 공원 앞 프랜차이즈 카페, 소극장 근처 커피숍, 성대 넘어가는 쪽 카페거리 이런 정도입니다.
대학로에서의 고민은 극장/ 저녁 이후에 갈 곳이 좀 애매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길 건너가면 B구역에 카페도 많고, 술집도 많지만, 그 외에 다른 특별한 할 거리가 없다는 것이 부족하다는거죠.
마로니에 공원 말고, 가볍게 낙산공원 산책 코스로 가는 경우도 있어서,
그리고 매일 먹는 커피, 수박쥬스같은 음료는 조금 지겹다는 생각을 하며, 특별한걸 찾아보고 싶어하게 됩니다.
저는 핸드메이드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미 기성화/ 고착화 된지 수십년이 지나,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의 무언가를 재해석해서, 다시 만들어보겠다는 도전을 누군가 한다면 응원하고, 체험해보고 싶어합니다.
조금 쌩뚱맞지만, 예를들면 라즈페리파이로 구현한 맥북이라던지,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면서 일상에 녹아있지만, 레시피가 공개되지 않아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재해석해서 구현하는 방식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측면에서 콜라 -> 수제콜라 라는 주제는 제가 흥미있어하는 주제들 중 하나였습니다.
사실 이 가게는 2년 전쯤부터 알고 있었어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수제 콜라를 만들어보겠다” 라고 시작 글 올렸던 분을 우연히 봤고, 그 뒤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가끔씩 궁금했었거든요. 팬들이 패키징 아이디어까지 같이 참여해주고, 오프라인 매장 창업기 까지 올리면서 한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게된 후로 바빠서 몇년이 지났었다가, 대학로에 갈 일이 있어 몇번 가봤는데, 타이밍이 안맞았었습니다.
이번에 드디어 작정하고 저녁식사장소를 잡으면서 밥먹고 산책 가는 김에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혜화 낙산공원 초입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크래프트 콜라 전문 카페에요.
오드콜라 (O.D.D COLA)
서울 종로구 낙산길 16 1층 / 지번: 종로구 동숭동 129-145
혜화역 4호선 2번 출구에서 도보 8~10분, 낙산공원 올라가는 길목
영업 12:00 - 20:00 / 매주 월요일 휴무
가게 사정에 따라 조금 변경될수도 있습니다.

가게 앞에 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게 “태초의 콜라가 궁금하신가요?” 라는 한글 문구 아래에 세 개 언어가 같이 붙어 있습니다. 일본어는 쿠라푸토코-라라고 쓰여있고, 중국어로도 수제콜라라고 쓰여있네요
심플 단순한 가게 외장으로 중요한 메세지만 적어놨습니다. 태초의콜라라니, 궁금합니다.
요즘도 제로콜라 없으면 못사는데 말이죠.

문 열고 들어가면 크림 화이트 벽에 딥 네이비 파란색 포인트로 딱 두 색만 쓴 미니멀한 공간이에요.
매장 안이 생각보다 밝은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카운터 뒤쪽 벽에 조명을 넣은 원물 진열장이 정면에서 바로 보이고, 바닥은 딥 블루 톤이라 공간 전체가 파란색과 화이트로 정리돼요. 앉는 자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닌데, 매장 성격상 앉아서 오래 마시는 분위기는 아니에요. 대부분 손님이 컵 받아 들고 골목으로 나가더라구요. 저희도 그렇게 했습니다.


이 매장에서 제일 재미있게 봤던게 향신료 원물 진열장이에요. 코르크 마개 유리병에 원물을 그대로 담아서 나란히 세워두고, 라벨에 별표 세 개씩 붙여서 인증한 것처럼 꾸며놨어요. Cinnamon, Nutmeg, Clove, 그리고 뒤쪽에 Vanilla bean 이런 원물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매장 다른 벽에는 Cardamom과 Cola Nut도 같이 놓여있어요. 이 여섯 가지가 오드콜라 시럽에 들어가는 재료 라고 안내되어 있어요.
카다몸이나 콜라 너트 같은건 저도 실제 원물을 이렇게 가까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씨앗이랑 열매가 콜라 뒤에 있구나 싶어서 신기하더라구요. 콜라 너트는 서아프리카 나무 열매인데 카페인이랑 특유의 쓴맛을 담당하는 진짜 콜라의 원료에요. 우리가 익숙한 공산품 콜라는 이 원물 대신 향료랑 카라멜로 대체하는데, 크래프트 콜라는 원물을 진짜로 쓴다는게 층이 달라지는 지점입니다.


한쪽 벽엔 오래된 광고 프린트가 프레임에 걸려있어요. “MERCK & CO.’S BEEF WINE COCA” 라고 적힌 19세기 광고인데, 이게 콜라가 청량음료가 되기 전 시대의 물건이에요. 그때는 코카 잎이 약재였고, 와인이랑 섞어서 강장제로 팔았거든요. 콜라의 원래 시작이 “약”이었다는 뿌리 되짚어주는 액자에요. 이런 걸 인테리어로 대충 붙여둔게 아니라 매장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한 힌트가 됩니다.

벽에 전시된 카드 뒷면을 보면 O.D.D 라는 이름이 크래프트 콜라의 세 가지 가치를 뜻하는 이니셜이라고 적혀 있어요. O는 Origin, D는 Depth, D는 Discovery. 기원과 깊이와 발견. 콜라라는 음료가 원래 향신료랑 약초에서 시작된 음료라는 뿌리, 원물이 만들어내는 층 있는 맛, 그리고 매번 새로운 조합의 실험. 이 세 개를 브랜드 축으로 못 박아둔 거에요. 앞면엔 “Drink the Extraordinary, Drink O.D.D” 라는 브랜드 슬로건까지 자리 잡고 있어서, 인터넷 초기 글부터 지켜봤던 저 같은 사람 입장에선 참 많은 고민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글 내용이 떠오르더라구요. 반가웠어요.

카운터엔 스테인리스 탄산 기계랑 오드콜라 시럽 병 세 개가 나란히 놓여있어요. 갈색 시럽을 컵에 부어서 탄산수랑 섞어주는 방식이에요. 도쿄 시모키타자와나 하라주쿠에서 봤던 이요시 콜라 같은 크래프트 콜라 집이랑 만드는 방식이 비슷합니다. 서울 에서도 그런 감성이 나온다니 이 또한 신기했습니다.

시럽은 병 단위로도 판매하고 있어요. 매대 벽에 파란 종이컵을 오브제처럼 진열해두고, 그 아래 유리병 시럽이 정면으로 보이는 진열이에요. 디테일이 세심한 편입니다. 매장 안엔 도쿄 크래프트 콜라 관련 잡지도 놓여있어서, 사장님이 어떤 방향으로 이 가게를 그리고 있는지 대충 짐작이 되더라구요.

병은 사이즈별로 세 종류가 있어요. 350ml 플라스틱, 500ml 유리, 750ml 플라스틱.
낙산공원 산책 마치고 집으로 하나 사가는 그림도 좋아 보였어요. 유리병이 제일 예뻐서 선물용으로 나쁘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저희는 콜라 에이드랑 밀크 콜라 두 잔을 시켰어요. 파란 오드콜라 종이컵에 얼음 가득 담고 그 위에 갈색 시럽이 층으로 앉아 있는 그림이에요. 컵 자체가 예뻐서 사진 찍기 좋습니다.
콜라 에이드는 첫 모금에 익숙한 콜라의 단맛이 먼저 오는데, 그 뒤에 카다몸이랑 넛맥의 향신료 뒷맛이 은은하게 올라와요. 여기서부터 공산품 콜라랑 방향이 확 갈립니다. 저는 이 조합이 우리나라 수정과 느낌하고 겹치는 지점이 있었어요. 계피랑 향신료가 청량하게 올라오는 뒷맛이 수정과랑 살짝 비슷한데, 향의 톤은 또 확실히 달라요. 수정과에는 없는 카다몸이랑 콜라 너트 라인이 있어서 뒷맛이 더 서양 향신료 쪽으로 넘어갑니다. 수정과와 크래프트 콜라가 어디서 만나고 어디서 갈라지는지 마시면서 계속 그 지점을 짚어보게 되더라구요.
밀크 콜라는 사장님이 만들어주시면서 “우유 넣으면 향신료가 살아나서 인도 마살라 차이 티 느낌 나실 거에요” 라고 미리 설명해주셨어요. 실제로 마셔보니 우유 위에 앉은 시나몬이랑 카다몸 향이 확 살아나면서 정말 짜이 티에 콜라의 톤을 얹은 느낌이 나요. 여자친구가 이거 좋아하더라구요. 저는 에이드가 좋습니다.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낙산공원 아래 오래된 골목에 이런 감도 있는 업장가 자리잡고 있는 게, 성수동 초기 즈음의 인상이랑 살짝 닮지 않았나 라는 생각까지는 좀 과할까요?
대학로의 건물들은 대부분 꽉 차있었습니다. 일부 곳곳에 임대가 보이는 성수동과는 다른 알찬 상권의 느낌.
글을 적다보니, AI시대에서, 더 중요해지는건 사람의 가치일텐데, 연극의 즐거움이 더 있지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면서 대학로 희극 문화는 앞으로도 더 건재하지 않을까? 혹은 광고료 등 배우 섭외비가 감소하면서 사람들이 점점 더 줄어들것인가 라는 생각 두가지가 같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후자의 생각이기는 합니다.

주말 저녁 6시 반쯤이었는데 그 시간에 매장이 크게 붐비지는 않았어요. 앉는 자리가 원래 적으니까 회전이 빠른 편이고, 대부분 저희처럼 컵 들고 낙산공원 쪽으로 올라가더라구요. 저녁 먹고 잠깐 걸으면서 마시기에 이 동선이 잘 맞습니다. 낙산공원 성곽길 야경 코스랑도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이런 크로스오버는 외국인 친구들 한테도 잘 통할 것 같더라구요. 코카콜라가 원래 향신료 약이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이 시럽에 우유 넣으면 인도 짜이 느낌이 나고, 얼음이랑 탄산 만나면 한국 수정과처럼 마시게 된다는 흐름이 그대로 대화 소재가 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한국의 오는 외국인들 중에서 힙스터의 비중이 높아진게 느껴집니다. 흔한 장소를 좋아하지 않는 외국인들에게 스토리 기준으로 잘 소개가 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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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인터넷에서 초기 브랜드 스토리부터 지켜본, 아직 못오신 분들 (저처럼)
개인 평점은 5점 만점에 4.5점 입니다. 또 갈 예정이에요.
다음엔 얼그레이 붓다 시럽 넣는 콜라 아이스티를 마셔볼 생각이에요. 사장님 말씀으론 이 조합도 향신료 뒷맛이 많이 다르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제 최애는 에이드였습니다.
다만 앉는 자리가 매우 적어서 여기 앉아서 오래 대화하고 싶은 분한테는 안 맞아요. 저녁 먹고 산책 겸 걷는 그림으로 계획하면 잘 맞는 곳입니다. 이건 좋은 이야기라고 해야할까요.
주차는 낙산 골목이라 매장 앞은 어려운 편이에요. 방송통신대학교 주차장 사용하는게 제일 좋고, 낙산공원 공영주차장 이용 후 골목 걸어 내려오는 방식이 편하고, 혜화역에서 걸어 올라오는 코스도 도보 8~10분이면 충분합니다. 다음에는 외국인 친구도 데려와볼 생각이에요.
이 글이 대학로 · 혜화 저녁 산책 다녀오는 국내외 이용자한테 검색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