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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치동먹기

피양콩할마니, 진주집에 이어 강남에서 찾은 콩국수 노포

피양콩 할마니

여름 하면 저는 콩국수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름난 집들이 죄다 강북에 있어요. 시청 진주회관, 여의도 진주집. 둘 다 가려면 마음을 먹고 움직여야 하고, 가서도 줄을 서야 합니다.

그래서 강남이나 동부권에서 콩국수집을 하나 찾아두고 싶었어요. 열심히 리서치를 하다보니 대치동에 피양콩할마니라는 곳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주말에 와이프랑 여름 데이트 삼아 다녀왔습니다. 낮에는 아직 더워서 콩국수 생각이 났고, 여름이 가기 전에 한 그릇은 먹어야겠다 싶었거든요.

가게 앞입니다.

입구부터 신뢰가 마구 생기는 외관입니다. 근데 왼쪽 벽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 빕구르망 7년 연속 선정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붙어 있더라구요.가게부터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연도별 로고가 쭉 박혀 있습니다.

옆에는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에 나왔다는 노란 현수막이 있어요. 기대감이 아주 컸습니다.

피양콩 할마니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로81길 30

서울 강남구 대치동 894-14

선릉역 도보권, 대로변이 아니라 골목 안쪽

매일 11:30~22:00, 매달 1, 3번째 월요일 휴무 (다이닝코드 기준)

가게 사정에 따라 조금 변경될수도 있습니다.

주차 가능합니다. 가게 앞 커피숍에서 발렛을 해줍니다. 발렛 비용은 저희가 갔을 때 3,000원이었는데, 계속 바뀔 수 있으니 참고만 해주세요. 대중교통이면 선릉역에서 걸어오시면 됩니다. 테헤란로이다보니, 직장인분들이 편히 도보로 걸어올 수 있는 거리입니다.

뉴만두집 2

안으로 들어오면 오래된 노포의 모습입니다. 분명히 옛날에는 이런 곳이 싫고 거부감이 들었는데요. 어느샌가부터 맛집의 상징 = 오래된 노포 라는 공식이 나오면서, 이제는 신뢰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그런이야기가 있습니다. 강한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는 이야기요. 아무튼 인테리어이야기로 다시 돌아오면,

두툼한 나무 테이블에 나무 의자, 벽에는 동그란 벽시계가 걸려 있고, 주방 위로는 한지에 쓴 글씨를 액자로 걸어뒀어요. 노포 느낌이 물씬 납니다 기대감은 훨씬 올라가구요.

뉴만두집 3

공간도 꽤 넓습니다. 단체석은 아니지만 그래도 방이 있어서 저 안까지 차면 사람이 꽤 많이 들어오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쪽은 창호지를 댄 미닫이문으로 구역이 나뉘어 있구요. 단체손님도 올 수 있어 보입니다.

주말인데 웨이팅은 없었어요. 다만 자리는 꽤 차 있어서, 평일 점심에는 붐비겠구나 싶었습니다. 오래됐지만 청결했고요. 부모님하고 식당 갔던 시절이 떠오르는 정겨운 느낌도 있습니다.

뉴만두집 4

메뉴판입니다.

다시 쓰긴 어렵고 가격표가 계속 바뀌어있네요.

메뉴 정맇보면 이렇습니다.

비지류 -> 콩비지 12,000원, 김치콩비지 12,000원, 버섯콩비지와 무콩비지가 13,000원.

콩국수 -> 16,000원

전골류 -> 비지전골 , 만두전골 대자가 53,000원입니다.

기타반찬류 -> 감자지짐 18,000원, 녹두지짐 23,000원

특식류 -> 보쌈 59,000원까지 있습니다.

둘이 갔으니까 콩비지 1, 콩국수 1을 고민을 했는데, 나눠 먹는 것보다 콩국수를 각자 한 그릇씩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콩국수로 갔습니다. 여기에 만두랑 감자지짐을 하나씩 붙였어요.

주문은 QR로 합니다. 노포니까 당연히 직접 주문받으실 줄 알았는데 QR이 나와서 좀 신기했어요.

뉴만두집 5

테이블에는 소금통과 뚜껑 덮인 종지가 놓여 있어요. 콩국수에 취향껏 넣어 먹으면 됩니다.

뉴만두집 6

반찬이 먼저 나왔습니다. 깍두기, 배추김치, 나물, 계란말이, 무채까지 다섯 가지예요. 반찬도 노포 스타일로 나와서 하나씩 먹어봤는데 맛있었습니다.

뉴만두집 7

콩국수입니다. 스테인리스 대접에 콩물이 가득 담겨 나오고, 오이채가 올라가 있어요. 면이 쫄깃했고, 면발에 간이 조금 배어 있어서 그냥 먹어도 맛있었습니다. 옛날 콩국수 그대로입니다.

저는 원래 콩 못먹는 초딩입맛이었습니다. 여름음식은 냉면에 미친사람이었죠.

그랬다가 입시준비하면서 점심쿠폰을 주길래, 휘문고 근처 콩국수 집이 있어 거길 처음 가봤는데, 신세계였습니다. 아 이게 콩국수구나, 콩으로 만들었는데 콩 자체의 비린느낌이 안나고 고소하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었고, 옆에 어른들이 다 그렇게 먹길래 소금을 넣어 먹어봤더니, 냉면보다 더 맛있는 겁니다. 그래서 냉면도 팬이지만, 냉면급의 여름 대표음식으로 콩국수를 올리게 되고, 계속 찾아먹게 됐습니다.

그래도 소금으로 간을 더하는 게 콩국수의 맛이기도 하니까, 소금을 조금 넣고 김치랑 같이 먹었어요. 콩국수집에서 제일 중요한 게 김치라고 생각하는데, 여기 콩국수와 김치 조합이 너무 맛있었습니다.

뉴만두집 8

만두는 이북식이에요. 피가 얇은데 속이 꽉 차 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압구정로데오에 이북식 만두로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된 뉴만두집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랑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거기 정보도 공유드립니다.

뉴만두집 9

감자지짐입니다. 센스있게 가위를 주십니다. 함께 나와서 잘라 먹는데, 쫄깃함이 살아있는 느낌이라 훌륭했어요. 음식 맛이 전체적으로 깔끔했습니다.

뉴만두집 10

가게를 둘러보는게 제 습관인데, 보다보니 벽에 포스터가 하나 걸려 있습니다. 할머니의 콩국수가 손자의 과학이 되다, 라고 적혀 있어요. 무슨 이야긴가 싶어 찾아보니 이 집 할머니의 손자가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더라구요. 어릴 때 할머니가 맷돌로 갈아 만들어주던 콩비지와 콩국수를 좋아했고, 그 기억으로 국산 콩을 쓴 두유를 만들어 서울대 기술지주 회사에서 내놨다고 합니다. 그게 약콩두유인데, 이런 히스토리가 있는줄은 몰랐습니다.

저희가 갔던 시간대 손님 구성도 재밌었어요. 젊은 사람들보다는 동네 주민들이 대부분이었고, 양재천에서 운동하고 온 그룹도 있었습니다. 멀리서 찾아온 것 같은 분들도 있었고요. 알 만한 사람들이 오는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옆자리는 뭔가 신문사, 방송사 등 언론사 분들의 모임이시더라구요, 같이 일하고 거의 5년만에 보는 분들..

콩국수는 원래 나이 있는 분들이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여의도 진주집이나 시청 진주회관에 오는 사람들을 보면 나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에게는 조금 생소하겠지만, 한국 음식을 파고드는 쪽이라면 좋아할 만한 음식이기도 하고요.

진주회관, 진주집과 비교해봐도 여기도 훌륭한 집이라 자주 오게 될 것 같습니다. 교대역에서 호수삼계탕 대신 3대 삼계장인에 갔던 것과 비슷해요. 콩국수는 당기는데 시청이나 여의도까지 가기는 멀고 줄도 길다면, 여기를 추천합니다.

추천드리는 분: 더운 낮에 시원한 콩국수와 쫄깃 고소한 이북식 만두, 감자지짐 같은 한식을 먹고 싶은 분. 강남과 동부권에서 일하거나 사시면서 콩국수 한 그릇이 당기는데 강북까지 가기는 부담스러운 분. 선릉역 주변, 대치동에서 일하시는분, 단체모임하시는 분, 오래된 한식집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이나 부모님 모시고 조용히 한 끼 하실 분께도 맞습니다.

올햄 스코어는 5점 만점에 4점입니다. 다음에는 콩비지나 비지전골을 먹어볼 생각이에요.

매번 나오는 올햄스코어 평점 기준이 어떨지 궁금하실까봐 기준을 좀 적어봤습니다. 참고하세요.

이 글의 올햄 스코어: 4 / 5

올햄 스코어한 줄기준
5목적지이 집이 목적지. 여길 위해 이 동네에 온다
4우회근처에 볼일이 있으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 들른다. 남에게 먼저 권한다
3근처면좋았고, 동네에 오면 다시 올 것 같다
2안 감다녀왔고 다시 갈 생각은 없다
1말림가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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