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프 베이크하우스 부암본점, 라즈베리 크림치즈 브라우니와 산미 라떼

청운문학도서관 주차장에 차를 두고 나온 일요일 점심이었어요.
레이지버거에서 파란 하늘 아래 야장 기분을 내고, 바람이 좋아서 도서관으로 바로 돌아가는 대신 부암동을 한 바퀴 돌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들른 곳이 부암동 베이커리 스코프예요. 라즈베리 크림치즈 브라우니와 산미 라떼를 사서 들고 걸었습니다.
레이지버거 이야기는 지난 글에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airhandle/224403550513

이 동네는 고개를 들면 산이 있습니다.
찾아보니 스코프는 영국인 파티시에가 운영하는 영국식 베이커리이고, 서촌에 지점이 둘, 백화점에도 들어가 있더라구요. 커피와 빵이 둘 다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빵돌이 입장에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스코프 베이크하우스 부암본점 (SCOFF BAKEHOUSE)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49 1층
서울 종로구 부암동 278-5
월금 10:0020:00, 토일 09:0020:00 (창문 안내 기준. 매장에서 드시는 건 마감이 조금 빠르고, 휴무는 매장 확인 권장)
가게 사정에 따라 조금 변경될수도 있습니다.
차를 가져오셔도 되지만 매장 주차는 없습니다.
찾아보니 바로 옆에 유료 주차장이 있고(한 후기 기준 1시간 6,000원), 무계원 공영주차장은 5분에 300원, 건너편 부암동주민센터 주차장은 주말에 무료로 열리는데 열 대 남짓이라 일찍 가야 한다고 해요.
요금과 개방 여부는 바뀔 수 있으니 확인해보세요.
저는 청운문학도서관 쪽에 차를 대고 걸어왔습니다. 도서관에서 10분, 레이지버거에서 5분이에요.
동네가 넓지 않아서 차 없이 한 바퀴 도는 게 편했습니다. 도서관 주차 이야기는 청운문학도서관 글에 따로 적어뒀어요.
버스는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1020, 7022, 7212를 타고 부암동주민센터에서 내리면 됩니다.

큰길가라 찾기는 쉽습니다.
다른 가게들은 한산했는데 이 집 앞에만 사람이 오갔어요.


들어가면 왼쪽이 빵, 오른쪽이 카운터와 테이블입니다.
안쪽에는 오븐과 빵 랙이 그대로 보여요. 매장 절반가까이가 만드는 공간이라는 걸 보고 여기는 진짜구나 싶었습니다.
자리가 많지 않고 일요일 점심이라 앉아 있는 분들이 꽉 차 있었는데, 저희는 어차피 커피와 빵을 사서 나가야 하는 일정이라 앉을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어요.
근처에 카페가 한두 곳 더 있었지만 여유를 즐기는 쪽보다 커피 자체에 집중하고 싶어서 여기로 정했습니다.


빵은 창가를 따라 길게 늘어놓았습니다.
브라우니만 서너 종류가 따로 트레이를 차지하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브라우니를 좋아하지만, 보통 초코만 되어있는 브라우니가 있다보니, 이렇게 배리에이션을 준 브라우니가 있으면 너무 좋습니다. 그냥 초코만 먹는건 부담스럽고 쉽게 느끼해지더라구요.
다 먹고싶었지만, 밥을 먹고 온 터라 후식이 될만한 기준으로 골랐습니다.
눈에 들어온 건 마카다미아 레이즌 브라우니, 라즈베리 크림치즈 브라우니, 빅토리아 케이크, 바스크 치즈케이크, 무화과 얼그레이 타르트였어요.
제 기준은 이렇습니다. 설탕으로 미는 게 아니라 치즈나 초콜릿 같은 재료 맛이 앞에 오고, 유제품의 고소함이 같이 느껴지면서, 보기에도 좋은 것.
그리고 스콘처럼 단단한 쪽보다 푹신하고 질감이 살아 있는 쪽을 훨씬 좋아해요.
그래서 스콘이 대표라는 집인데도 스콘은 담지 않았습니다.
그치만 스콘도 깔끔하고, 유사한 종류들이 많아서, 스콘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여기 와보시고, 그렇지 않다해도 저처럼 다른 옵션들이 있으니까요, 제 와이프는 스콘류를 좋아하는 편이라 스콘을 하나 담았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브라우니 중에서도 라즈베리 크림치즈로 골랐습니다.
초콜릿 반죽 위에 크림치즈와 라즈베리가 무늬처럼 얹혀 있어서 그 모습이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상하게 디저트는 제가 관심도가 남다르긴 하더라구요.
팻말에도 냉동 후 차갑게 먹으면 더 맛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먹어보면, 맛은 초콜릿의 쫀득함이 바탕에 충실하게 깔려 있습니다. 보통 브라우니는 어느 정도 먹다 보면 초콜릿의 느끼함이 올라오는데, 여기는 라즈베리의 새콤함과 달콤함, 크림치즈의 부드러움이 섞여서 끝까지 조화로웠어요.


두 번째는 빅토리아 케이크와 바스크 치즈케이크 사이에서 고민했어요.
슈가파우더 뿌린 스펀지 사이에 잼과 크림이 보이는 단면이 예뻐서 빅토리아로 갔습니다.
결과부터 말하면 빅토리아 케이크는 생각보다 평범했어요.
촉촉한 빵을 기대했는데 조금 건조하고, 정통 케이크 쪽이라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바스크로 갔어야 했나 싶었지만 그건 다음에 확인해보는 걸로요.

커피는 라떼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습니다. 메뉴판 기준 카페라떼 5,500원, 아메리카노 4,800원이에요.
저는 산미 있는 원두를 라떼로 마시는 걸 좋아합니다. 우유가 산미를 받쳐줘서 균형이 잘 잡히거든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산미 쪽으로 골랐습니다.
여기 빵을 먹으면서 든 생각인데, 스콘, 브라우니, 바스크치즈케이크 같은 이쪽 장르는 한국식 베이커리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아요.
일본이나 다른 나라를 다녀봐도 사실 이런 느낌을 찾는건 쉽지 않은것 같고, 오히려 요즘 한국 베이커리의 완성도가 확실히 올라왔습니다.
이런 스타일이 아니라, 백화점 디저트 쪽, 즉 크림이나 유제품을 다루는 디테일, 색을 입히는 감각은 아직 일본이 낫다고 보는데, 맛과 질감은 한국이 앞선다고 생각해요.
스코프도 영국식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긴 하지만, 한국화가 더 잘 되어있다고 해야할까요.


베이커리와 카페 공간의 구분을 벽으로 하지 않고, 선반으로 나눠놓은 점 또한 좋았습니다.
고민을 많이 한 인테리어입니다. 그래서 공간을 나눠주면서 윗쪽이 막히지 않으니 공간감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선반에는 굿즈를 올려놓아 시선을 집중시켰습니다.
판매되는 굿즈는 스콘에 곁들이는 잼과 크림, 생일초, 에코백, 베이킹북 정도예요.
보통 이런 집은 자체 브랜드 상품을 잔뜩 올려두고 잘 안 팔리는데, 여기는 빵이랑 같이 쓸 것만 딱 골라뒀더라구요.
식단 조절 때문에 잼을 끊은 저로서는 이 선반이 제일 아쉬웠습니다.

매장 디자인은 세련됐습니다.
보통 카페나 베이커리 가구는 무채색인데 여기는 민트색 테이블로 색을 넣었어요.
천장은 은색 골판 패널에 긴 형광등을 그대로 달아둔 옛날식 마감인데, 그 빛이 반사돼서 매장이 밝습니다.
벽에는 런던 지하철 노선 사인과 포스터가 빼곡하고 사슴 머리 오브제까지 있어요.
물건이 많은데 산만하지 않다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저는 덜어내고 하나만 강조하는 미니멀 쪽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의도를 갖고 채운 맥시멀 배치가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구요.

통창이라 밖이 잘 보입니다.
도로 건너 주택들 위로 산이 걸려 있어서, 서울인데 서울 같지 않은 창이에요.

포장을 받으면서 가장 좋고 기억에 남았던 건 이 카드입니다.
빵은 당일에 먹는 게 좋다는 건 어디나 적혀 있지만, 여기는 종류별 보관법을 적은 카드를 한 장 챙겨주면서 냉장 보관을 한 번 더 말해줘요.
챙김을 받는 기분이기도 하고, 자기 제품을 이만큼 아낀다는 게 전해져서 나오는 길이 기분 좋았습니다.
그리고 직원 입장에서도 같은 문의를 덜 답해도 되고, 그만큼 시간을 아껴서 작업 효율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것 같습니다.
부암동은 레이지버거 말고도 밥집이 의외로 많고 사람도 많았습니다.
스코프 바로 옆에는 꼰떼라는 이탈리안도 있어요.
분위기 있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와 빵으로 마무리하고 싶을 때, 주말 부암동 데이트나 점심 먹고 동네 한 바퀴 돌 때 들르면 딱입니다.
보시고나서 위치 저장해두시고, 주말에 한번 가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올햄 스코어는 5점 만점에 3점입니다.
부암동에 오면 다시 들를 것 같은데, 여기만 보고 부암동에 오지는 않을 것 같아서요.
매번 나오는 올햄스코어 평점 기준이 어떨지 궁금하실까봐 기준을 좀 적어봤습니다. 참고하세요.

이 글의 올햄 스코어: 3 / 5
| 올햄 스코어 | 한 줄 | 기준 |
|---|---|---|
| 5 | 목적지 | 이 집이 목적지. 여길 위해 이 동네에 온다 |
| 4 | 우회 | 근처에 볼일이 있으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 들른다. 남에게 먼저 권한다 |
| 3 | 근처면 | 좋았고, 동네에 오면 다시 올 것 같다 |
| 2 | 안 감 | 다녀왔고 다시 갈 생각은 없다 |
| 1 | 말림 | 가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