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보식당 본점, 중요한 사람 소개하기 좋은 모던 중식

압구정이라는 동네는 참 신기합니다.
뭔가 동네가 주는 그 이미지가 있어요. 부촌이고, 청담과 같이 진짜 고급진것들만 있는 곳. 그래서 중요한 사람들과 볼 때 압구정에서 보자고 하면 조금 그래도 대접하고 대우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만큼 비싼 가게들도 많지만, 그래서 더 식사자리를 잡는건 더 고민입니다. 제 주머니 사정은 그렇게 충분치 않으니, 괜찮은 곳을 잡긴 해야겠으나 또 식사 단가를 인당 10만원 이상 잡는것도 부담이죠.
중요한 사람들이랑 식사 자리 잡을 데 고민하실 때 있잖아요. 도산공원 근처에 인스타에서 자주 보이는 비스트로나 와인바도 있고, 청담 한식 다이닝도 있고, 옵션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요. 자리 무게가 가벼우면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격식 차린 코스 다이닝은 부담스러운 미묘한 자리.
보보식당 압구정 본점
서울 강남구 언주로174길 30, 로빈럭셔리빌딩 1F 103호
압구정 로데오 / 도산공원 한 블록 뒤, 압구정쪽 큰길 한블럭 뒤 조용한 곳 캐치테이블 예약 권장
*가게 사정에 따라 조금 변경될수도 있습니다.



보보식당은 모던 차이니즈 전문점이에요. 광주에서 2016년에 처음 시작한 가게인데, 압구정으로 본점을 옮긴 후로 입소문 타면서 압구정 중식 다이닝 자리에 단단히 들어왔어요. 광화문에도 지점이 있고, 본점에는 별실 룸도 운영합니다. 6인 이상이면 룸도 가능한데 최소 비용 기준이 있어서 미리 확인하시는 게 좋아요.
가게 안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의외예요. 중식당 하면 빨간 등 켜놓고 시끌벅적한 그림이 떠오르는데, 보보식당은 인더스트리얼 톤이에요. 천장에는 노출 파이프가 그대로 보이고, 페이퍼 랜턴이 줄지어 매달려 있고, 우드 가구가 받쳐주는 분위기라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던 다이닝 톤에 더 가까워요. 높은 층고가 매장에 안정감을 줍니다..

별실까지 가면 분위기가 또 달라요. 민트 그린 벽에 오렌지 톤 벽지, 그리고 유아용 의자인데 톤을 빨갛게 선택해서 벽에 둔 것이 오히려 포인트가 되는 느낌입니다. 동양적인 디테일을 모던하게 풀어낸 인테리어라, 중요한 자리로 잡았을 때 자리 자체가 한 번 고급스러워지는 느낌이 있어요.

자리 잡았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황동랜턴이에요,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공간의 무게감을 잡아줍니다.
펜던트 페이퍼 랜턴은 위에서 부드럽게 내려오고, 벽등은 옆에서 따뜻한 톤으로 받쳐줘요. 조명 깔린 톤이 좋아서 자리에 앉자마자 셋 다 “여기 분위기 좋다”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식사 시작 전 자리 잡는 첫 1분에 가게 평가가 거의 정해지는데, 보보식당은 그 1분을 잡아주는 가게입니다.

우선 기본으로 차를 주십니다. 찻잔이 Paragon이네요, 영국 본 차이나 스타일이라서 손에 잡히는 무게감이 다릅니다. 비싸지 않은 디테일이지만 첫인상에 영향이 커요. 큰 흰 접시 도자기 숟가락 구성이 모던 다이닝답게 깔끔하게 정리돼 있어요.
마침 같이 온 친구는 미식, 좋은 장소, 디테일이 아주 강한 친구라, 이런 작은 부분에 신경 쓰는 가게라는 게 보이니까 “여기 잘 잡았네” 라는 이야기를 바로 하더라구요.

아직 맛집 리뷰 초보라서 그런지, 음식이 나올때 바로 안찍고, 먹고나서 찍거나 나눠주고 나서 찍게 되네요.
메인으로 사자두 미트볼을 시켰어요. 다스터우라고 부르는 양저우 클래식 요리예요. 큰 미트볼 위에 채소가 사자 머리 갈기처럼 보여서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보보식당 시그니처라 안 시키면 아쉬워서 무조건 시켰어요.
진한 갈색 그레이비에 잠긴 미트볼을 한 입 떠보면 의외로 부드러워요. 다진 고기 뭉친 거라 식감이 묵직할 줄 알았는데 입에서 살짝 풀리는 느낌입니다. 그레이비는 처음 한 입은 진한데, 청경채 잎이랑 같이 떠 먹으면 식감과 그 향이 너무 조화롭습니다. 사자두 미트볼이 다소 흔한 주문은 아니다보니, 친구가 망설이기는 했었는데, 막상 시켜서 먹어보니 만족하는 표정입니다.
예전 연남동 중화복춘에서 처음 먹어봤었는데요, 중국에서 공부하고 온 친구가 저한테 말해준 것이, 이 사자두 미트볼이 진짜 대접하고 싶을 때 먹는거라고 하더라구요. 다소 서먹한 자리에서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음식 한 점에서 자리 분위기가 한 톤 부드러워졌어요.

사진은 없습니다만, 같이 버터탕수육과 마라가지튀김도 시켰어요. 보보식당의 시그너처 입니다.
버터탕수육이야 원래 맛있는 시그니처였으니까 논외로 하고, 사자두 미트볼이 담백한 쪽이라 매콤한 마라가지가 입을 깨워주는 가운데 메뉴로 잘 어울렸어요. 가지튀김에 옷이 얇게 입혀져 있어서 가지의 부드러움이 살아 있고, 그 위에 매콤한 마라 양념이 올라가는 구성이에요. 보보식당 가시면 사자머리 미트볼 + 마라가지튀김 2가지 조합 무조건 추천입니다.
음료는 하이볼이랑 스파클링 레몬으로 갔어요. 중식 기름기 잡기에 하이볼이 가장 잘 맞더라구요.
백주베이스의 하이볼과, 위스키베이스의 하이볼이 있었는데, 저는 위스키 베이스 하이볼을 먹었습니다.

자리에 두 시간 가까이 앉아 있었어요. 친구 둘이 처음 만나는 자리였는데 보보식당이 자리 톤을 잘 잡아준 덕분에 30분쯤 지나니까 둘이 자기 사업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가고 있더라구요.
제가 따로 끼어들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인맥 이야기, 업계 정보 주고받는 그림이 만들어졌어요. 사람 소개해주는 자리에서 제일 바라는 그림입니다.
자리 간격이 넉넉해서 옆자리 대화가 거의 안 들리는 점이 회식이 아닌 디너 자리 분위기를 만들어줬던것 같습니다. 너무 무겁지도, 어둡지도 않고 시야가 피곤하지 않은 차분한 톤과 훌륭한 음식이 셋이서 마주 앉아 식사하기 딱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줬습니다.
나갈때 보니까 흑백요리사에 참석한 셰프님 업장이더라구요
장보원셰프님, 삼대가식당 이라는 닉네임으로 나오셨었는데 아쉽게 1라운드 최종보류까지 갔다가 넘지 못하신.. 그래서 잘 몰랐었지만, 요리가 너무 맛있었습니다.
총평을 적어보면, 압구정에서 중요한 사람들이랑 식사 자리 잡으실 때 보보식당을 후보에 단단히 넣어두세요. 인테리어가 모던 다이닝급이라 격식 부담은 없고, 자리 간격은 디너답게 넉넉하고, 사자두 미트볼 + 마라가지튀김 두 메뉴만 시켜도 자리가 충분히 살아나는 가게입니다.
5점 만점에 5점 드릴게요. 요즘 가는 식당들이 다 그러네요, 점수 체계를 좀 바꿔야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비즈니스 디너 후보에 단단히 넣어두고, 다음에는 룸으로 6명 자리 잡아서 가볼 생각이에요. 별실 디자인이 본 매장이랑 또 달라서 그쪽 분위기에서 코스로 천천히 가보고 싶더라구요.
추천드리는 분: 압구정, 신사, 도산공원 일대에서 친구 소개하거나 비즈니스 디너 잡으시는 분, 부모님 모시고 격식 부담 없는 모던 중식 가시는 분, 부부 둘이서 분위기 잡고 평일 디너 가시는 분, 캐치테이블 예약 챙겨가면서 신상 다이닝 도장 깨고 싶으신 분에게 추천이에요.
다만 단품 구성이라 인원수 적게 가시면 메뉴를 많이 시킬 수 없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업장에 대한 아쉬움은 아니에요. 많이 가서 많이 시키는게 좋습니다.
단품 한두 개 + 가벼운 사이드로 가시는 분은 잘 맞고, 코스 풀로 즐기실 분은 룸 잡아서 인원 모아 가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금요일, 주말은 예약없이 가면 웨이팅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도 방문했을 때 만석이었어요. 예약 안했으면 가기 어려웠습니다.